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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유럽문화 산책 (1)

“맨발로 유럽을?” 1. 새롭게 여행하는 법 발견하기 200년 전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780년 5월, 청나라 건륭제의 일흔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 ‘열하’를 향해 출발했던 박지원입니다. 그는 번뜩이는 통찰과 지혜로 주변 나라들을 압도하던 중국 물질문명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습니다. 그는 후에 ‘연경’과 ‘열하’의 여정을 묶어 『열하일기』를 출간하지요. 그의 배낭여행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당시 청제국의 변방이던 ‘책문’의 시골 동네 풍경을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문은 중국의 맨 동쪽 끝 벽지인데도 오히려 이 정도라면, 하물며 앞으로 구경할것을 생각하니 문득 기가 꺾여 그만 여기서 발을..
“맨발로 유럽을?”

1. 새롭게 여행하는 법 발견하기
200년 전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780년 5월, 청나라 건륭제의 일흔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 ‘열하’를 향해 출발했던 박지원입니다. 그는 번뜩이는 통찰과 지혜로 주변 나라들을 압도하던 중국 물질문명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습니다. 그는 후에 ‘연경’과 ‘열하’의 여정을 묶어 『열하일기』를 출간하지요.

그의 배낭여행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당시 청제국의 변방이던 ‘책문’의 시골 동네 풍경을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문은 중국의 맨 동쪽 끝 벽지인데도 오히려 이 정도라면, 하물며 앞으로 구경할것을 생각하니 문득 기가 꺾여 그만 여기서 발을 돌리고 싶은 생각이 치밀면서 전신에 불을 끼얹은 것같이 후끈한 느낌을 받았다." 박지원. 리상호 옮김. 『열하일기 상』. 보리. 2004, p.227-228


이렇게 시작된 그의 여행기는 단지 청제국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문화비평으로 즉, 청나라의 문화를 이리저리 다루어 보면서도 자신이 속한 조선의 문화를 다시 평가해보는 작업에 돌입하지요.

"(조선) 사람들이 참으로 오랑캐를 배척하려거든, 중국의 발달된 법제를 알뜰하게 배울 것이요, 자기 나라의 무딘 습속을 바꿔 밭갈고, 누에치고, 질그릇 굽고, 쇠 녹이는 야장의 일을 비롯하여 공업을 고루 보급하고, 장사의 혜택을 넓게 하는데 이르기까지 모두가 배우지 않을 것이 없을 것이다." 위의 책, p.49


당시 조선의 ‘중화주의자’들은 중국을 지배하던 만주족의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라고 무시했습니다.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은 이렇게 국제정세에 꽉 막혀있던 사대주의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당시 조선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지적 충격과 자극을 던졌지요. 그렇지만 결국 박지원은 조선으로 돌아와서 그 꿈을 넓게 펼치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여행의 결과에 대해 같이 대화•토론할 많은 친구들이 없었고, 그들과 함께 그 뜻을 이룰 실제적이고 힘있는 공동체를 이루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열하’로 떠난 그의 여행의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을 꿰뚫어 보고자 한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박지원의 '여행하는 법'이 기록된 유명한 『열하일기』입니다.
200년이 지난 지금 여기, 박지원이 살았던 땅에서 자라난 네 남자들의 '여행하는 법'이 기록된 『맨발로 유럽문화 산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찍고, 즐기는 여행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는 유럽인들을 실제로 만나고 대화하며 건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뿐 아니라, 그것들 뒤에 담겨있는 유럽의 문화적 삶, 문화적 태도를 이해하고 맛보고자 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왜 그리도 '불친절'하고, 왜 그렇게도 '영어쓰기'를 싫어할까요? 우리는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며 공감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그저 프랑스에 대해 흔히 들어 왔던 비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랑스 문화를 거울삼아 나 자신, 우리 스스로를 보고자 했습니다. 조만간에 일일 생활권에 들어갈 세계 속에서 세계시민(cosmopolitan)이 될 준비가 덜 된 우리의 모습을 말입니다.
독일얘기를 해볼까요? 우리는 신문과 책에 나오는 통일독일 20년의 이론과 자료가 아닌, 생생한 통일독일의 현실을 살을 부대끼듯 체험하려고 했습니다. 학자들의 보고서가 아니라 길거리와 농촌에서 그냥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독일인들과의 대화와 토론, 그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 그리고 만들어진 건물, 교통체계, 사회구조 등을 통해서 말이죠. 유대인 박해를 참회하여 만든 홀로코스트 기념공원에서 그들의 고해(告解)의 심정의 밑바닥을 현장에서 그대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속에서 허리가 뚝 잘린 우리 한반도의 현실을 다시 직시하고, 역사적으로 갈등과 전쟁의 연속이던 동아시아의 난국을 돌파해 갈 미래의 전망을 얻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들을 읽음을 통해 우리를 읽기. 이것이 우리가 ‘여행하는 법’입니다.


2. 4인 4색, 그러나 하나!
우리 넷은 참 다릅니다.
나이와 전공이 모두 다르죠. 윤선은 마흔이 넘었고, 아들과 딸이 중학생입니다. 대기업을 조기 은퇴하고 농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지요. 동갑내기 광재는 현장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이제 막 출범한 IT기업 HUMBLE을 일구어 나가는 CTO입니다. 규동은 아직 삼십대 초반,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학생이고, 규동과 동갑내기 경태는 2012년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하고, 대형로펌을 기웃거리기보다 과감하게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병아리(?) 변호사입니다.
또 무엇보다 우리 모두 자라 온 배경과 가족, 그리고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이런 네 명이 둘씩 혹은 혼자서 여행을 다니며 경험했던 일을, 심지어 똑같이 겪은 사건이라도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고 해석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한 책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각 저자들의 글에 그대로 묻어나는 4인 4색 맨.유.산책!!! (맨발로 유럽문화 산책)

그렇지만 또 우리 넷은 같습니다.
남자.
청년. (적어도 마음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짧게는 5년에서 10년 동안 시민사회단체인 <행복한 동네문화 만들기 운동>에 속해 새로운 동네문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애쓰는 중이라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만나기도 했구요...

너무나 다른, 그렇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4인 4색의 유럽문화탐방(및 비평)기"
기대해도 좋습니다.

3. 대화&토론 문화
네 명의 저자들이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것은 고심고심 정성스레 써내려가서 이제 드디어 묶어드리는 이 책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미 쓰여진 이 책은 유럽문화산책의 절반일 뿐이죠. 나머지 절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나머지 절반을 완성하려 합니다.

<책읽어주는 사람들>은 경청하여 대화하는 건강한 토론문화를 이루기 위하여 “최고의 컨텐츠를 제공하려는 문화적 기업"입니다. 이 책도 대화와 토론을 위해 썼지요. 그러니 맨.유. 페이지를 꼭 방문해주시고,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토론자리에 오셔서 얼굴을 마주하고 같이 문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역사적 첫 만남은 경기도 군포(산본)에서, 2012년 5월 12일 오후 1시에 이루어집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여러분이 책을 위해 지불한 만큼의 가치가 온·오프라인에 모두 있으니까요. <책읽어주는 사람들>의 오프라인 토론회는 계속됩니다!

www.facebook.com/BRpeople
blog.naver.com/brpeople
최규동 :
서울출신
배재고등학교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사 ('98)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07)

현. 정치 공동체 "Copozen" 대표
현. 문화적 기업 "책읽어주는 사람들" CMO
현. 청소년 독서토론학교 "D-school" 교장

동아시아 공동체를 목표로 달리는 학생이다. 동시에 대화&토론을 위한 문화기업 "책읽어주는 사람들"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또 주말에는 독서토론학교인 "D-school"에서 독서&토론을 통해 청소년들을 동아시아시 대를 짊어질 일꾼으로 키우고 있다.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통일문제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2010년 논문제출을 앞두고 통일독일 20년과 유럽통합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전기자전거와 일인용 텐트로 무장하고, 유럽으로 날아간다.

추광재 :
부산출신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88)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석사('95)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박사('97)
벤처기업 (주)위즈네트 연구소장/이사('98-'07)

현. IT 기업 Humble 대표/CTO
현. 찾아가는 예술관 COO
현. 청소년CEO학교 세깜시 교장

사람을 자유케하는 IT기업 Humble의 CTO이다. 동시에 주말에는 "세깜씨(세상을 깜짝 놀라게할 CEO들의 모임)"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미래의 CEO수업을 한다.
10년동안 벤처기업 창업멤버로 일하다가 돈과 명예가 유일한 목표가 되어있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정든 회사를 떠난 것이 2007년. 신뢰를 만드는 회사를 세우기로 작정하고 험블을 창업한다.
막 새로운 회사의 기초를 놓고 있을 무렵. 함께 살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규동과 함께 80일간의 유럽일주를 위해 떠난다. 고민과 함께.


홍윤선 :
서울출신
서울 경성고등학교 ('87)
서울대학교 농업교육과 학사 ('92)
서울대학교 농산업교육과 석사 ('09)
학군장교 30기
CJ근무 ('94~'06)

현. 농업공동체 두레 대표

2006년 죽음처럼 안정적인 대기업에서의 삶을 결연히 접어버리고, 농업현실에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마흔나이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대학원을 마치고, 네덜란드 유학시도. 그러나 고배를 마신다. 포기할까보냐! 다시 툭털고 일어나 원서를 들고 날아간 네덜란드. 그리고 이스라엘의 키부츠 공동체... 거기서 발견한 농업공동체의 미래.


황경태 :
전라북도 전주출신
전주영생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97)
사법연수원 41기
전 서울동부지방법원 조정위원 ('11)
전 KOTRA LONDON 조사관 ('11)

현 황경태 법률사무소, 변호사

일본군 위안부, 친일 청산과 사회부조리의 정의에 대한 고민의 시작으로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처음의 단순하고 순진했던 생각과는 달리 법에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법을 만들어내는 더 깊은 차원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종교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본격적으로 동아시아시대에 대비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인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나가야겠지?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살고자 한다.
단순한 여행기와 깊은 문화비평의 사잇길 가기에 성공 (5)

다만 두번째 문화비평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저자들의 삶의 가치관에 동의하느냐와 그것에 따라서 유럽문화를 비평해 보는 관점에 동의하느냐는 독자에게 달린 일일 것입니다. 아마 저자들은 그런 가치관과 함께 유럽문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독자들과 대화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단순한 여행기와 깊은 문화비평의 사잇길 가기에 성공 (4)

그래서 이 책은 첫째 요소와 둘째 요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중간길을 택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여행이 주는 새로운 만남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또 예기치 못한 먹거리들을 대함이 주는 재미, 그리고 사건의 우여곡절 속에서 버무려지는 인생의 풍성함과 함께 사람과 사건과 역사의 막을 걷어서 무대 뒤를 흘깃 바라보는 것이 동시에 있는 점에서 성공한 것 같습니다.


단순한 여행기와 깊은 문화비평의 사잇길 가기에 성공 (3)

이런 가운데 이번에 나온 [맨발로 하는 유럽문화산책]은 유럽경험이 일천한 지금 한국의 실정에 맞는 정도로 적절한 것 같습니다. 첫째 여행기로서의 요소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재미도 있고 사건도 있고 사건의 해석에서의 반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둘째로 문화비평적인 요소가 있음으로서 유럽문화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다루어보려고 한 노력이 가상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자들 중의 하나의 말처럼 여행보다 이런 글쓰기가 더 어렵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는 진지해야 하며 깊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순한 여행기와 깊은 문화비평의 사잇길 가기에 성공 (2)

이런 여행기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하여 본격적인 문화비평기행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을 100년 전에 여행하면서 이런 기록을 남긴 프랑스 철학자 토크빌의 경우가 그러할 것입니다. 그 당시의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서 제법 철학적이며 사회적인 근본의식을 다루고자 한 것이죠.

그런데 아직 우리는 유럽을 그렇게 할 정도로 잘 아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중에서 유럽에서 사신 분들과 특히 유학하신 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럽은 우리가 잘 가지 않는 정말 지구 반대편에 있고, 우리는 그야말로 극동(far east)에 속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여행기와 깊은 문화비평의 사잇길 가기에 성공 (1)

대부분의 여행기, 특히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 대한 여행보고는 단순하게 먹고, 마시고, 자고, 쉬는 정보로 가득차게 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여행기는 내용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아주 빨리 읽을 수 있고 필요한 정보만을 뽑아서 추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에 대한 여행기가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때 우리에게 미국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게 되니 미국의 뿌리인 유럽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여행기의 내용이 유럽사람들을 겪어 보고 대화하며 같이 살지 않은 한 찍는 여행, 먹는 여행, 자는 여행으로 끝나기가 십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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